19% 오르다 돌연 마이너스 12%…코인판 된 2차전지

입력 2023-07-26 18:20   수정 2023-08-03 16:03


“이게 주식이야 코인이야.”

26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이 끝나가던 오후 1시30분께, 온라인 주식정보 카페들이 발칵 뒤집혔다. 에코프로 엘앤에프 등 2차전지주 랠리에 힘입어 낮 12시20분께 950선을 돌파한 코스닥지수가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포에 질린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내던지면서 낙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하지만 오후 2시께 반등세에 나섰다. 에코프로는 장중 19%까지 급등했다가 -12%까지 하락한 다음 -5%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급이 2차전지주에 과도하게 쏠린 탓에 증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수차례 더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스닥 거래대금 사상 최대
코스닥지수는 전날 939.96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점을 경신한 뒤 이날 오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차전지주가 상승하면서 오후 1시께 956.40(1.75%)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최근 코스닥 상승세를 이끈 에코프로(-5.03%), 엘앤에프(-5.40%) 등 2차전지주와 JYP엔터테인먼트(-7.51%), 에스엠(-6.41%) 등 엔터주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지수는 순식간에 9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결국 4.18% 급락한 900.63에 마감했다.

투매에 나선 개인과 ‘포모(FOMO: 뒤처짐에 대한 공포) 심리’에 뒤늦게 2차전지주 사재기에 나선 투자자들이 뒤엉키며 이날 코스닥 거래대금은 26조200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바이오 열풍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27일의 20조8487억원이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6191억원어치, 기관은 21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86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의 하락 종목 수는 1480개로 역대 1위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오전에 10% 넘게 급등하던 포스코홀딩스(-4.26%), SK이노베이션(-0.49%), LS(-5.91%) 등 2차전지 관련주가 하락세로 돌아서며 2639.21까지 올랐던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피지수는 널뛰기 장세 끝에 1.67% 내린 2592.36에 장을 마쳤다.
○“빚투 반대매매로 연쇄 하락 우려”
전문가들은 시장에 이상징후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2차전지 종목으로 과도한 쏠림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일부 2차전지 관련주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수백 배까지 치솟는 등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쏠림이 해소되는 과정에선 수급 균형이 무너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엔 포모 현상으로 개인들이 LS네트웍스, 포스코인터내셔널, KT서브마린 등 2차전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식까지 사들이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차전지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이미 신앙에 가까운 믿음까지 받고 있다”며 “과거 셀트리온이나 카카오에서 나타났던 포모와 과도한 쏠림현상이 다시 한번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묻지마 투자는 한동안 잠잠했던 ‘빚투’(빚내서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신용잔액은 지난 4월 라덕연 사태 이후 9조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24일 다시 10조원을 넘었다. 신용잔액이 늘어난 상태에서 주가 급락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되면 주가가 연쇄 폭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공매도 자금도 시한폭탄이다.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볼 수 있는 주식 대차잔액은 현재 93조9824억원으로 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2차전지 열풍은 한국 시장에서만 나타난 초유의 현상이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라며 “포모 현상이 해소되고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한발 물러서 관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에코프로비엠과 LS일렉트릭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하고 27일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최만수/배태웅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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